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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필댄

댄은 아직도 자신만 보면 음흉하게 웃으면서 가슴 타령을 하는 필과 사귀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어. 

 

대학때 다른 이에게 차여서 우는 자신을 다독여주고, 한번은 크게 싸우다가 군대로 도망간 자신을 아직도 좋아해주는 필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댄이야. 그리고 그런 필에게 매번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싫지 않은 듯 웃고 마는 본인도 신기하겠지. 

 

사귄지 곧 10년. 강산이 한번 변할 정도로 꽤나 오랜시간 사귀면서 둘은 서로에게 한번도 부모님을 소개시켜준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댄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각자의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냈지. 댄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일년 정도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낸 댄이였어. 댄이 크리스마스를 혼자보낸다는 것을 아게된 필은 그 다음해부터는 댄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어.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후에 일주일 정도를 부모님 댁에서 보내고 왔지.  

매번 자신과 부모님을 따로 만나던 필이 기나긴 이번 연말 연휴에 주모님 집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은 꽤나 놀라운 것이였어.  

 

어느 지점에서 놀라웠냐 물으면. 아마 애인으로써 댄 본인을 초대한 다는 점에서 놀랐을거야. 댄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캘리포니아 주는 동성애 합법이고, 그만큼 동성연애가 활성화 되어있지만, 그게 아는거랑, 내 자식이 게이인거랑은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거든. 

그래서 댄도 매일 자신을 희롱하는 모습에 짜증을 내다가도 자신을 배려해주는 필을 사랑하면서도 어머니에게 제대로 소개시켜드린적이 없었을 거야. 아버지는 없는 사람이니 말할 필요도 없고. 

게다가 어머니는 동성애를 혐오하고, 그걸 병이라 생각하셨던 분이라 더 숨겼던것도 있었지. 대학다닐때였어. 댄을 찬 남자와 연애중일때였지. 방학이라 잠시 놀러오시면서 자신의 플랫을 구경하던 어머니가 전 남자친구의 편지를 찾고 오열하셨어. 그리고 하신 말씀이 있었지. 

-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서, 너가 이런 병에 걸린 것 같다. 병원을 알아보자. 

정말인지, 성적 취향은 병이 아니라고 말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가 부탁해서 편지를 보관하고 잇었다고 거짓말을 해야하는 것인지 잠시 고민하던 댄이였어. 그리고 오열하는 어머니 앞에서 결국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해야만 했지. 

 

자신의 집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소개라는 생각에 굉장히 놀란 댄이야.  

너무 담담하게 물어오는 필의 표정을 보아하니 애인이 아닌 친구로 소개하려는 모양인가봐.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나? 하는 생각까지 미친 댄이였어. 

자신들의 동거를 가장한 플랫메이트 인 것은 필의 가족도 아는 것이고, 그러면 친한 친구로서 고아인 자신의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고 싶다고 하셨을 수도 있겠다 싶어 필의 제안을 받아들였지. 

 

그래도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거 같아, 필을 닦달하여 그의 부모님이 좋아하실만한 것을 사가지가려고했어. 하지만 철딱서니 없는 자신의 남자친구는 선물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이상한 이야기를 했어. 

 

"크리스마스 선물 주려고? 그러면 산타! 산타복장 중에서 치마로 된거! 밑에는 스타킹 신어줘야돼!" 

 

자신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필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향이 무난하고 도수도 그다지 높지 않아 인기 있는 와인과 장미 꽃을 사가지고 가자고 생각한 댄이야. 

 

필의 부모님 집을 보고 꽤나 긴장한 댄이야. 

크리스마스를 정말로 좋아하시는 건지, 집 앞에 전구로 된 루돌프와 꽤나 큰 전나무를 오노먼트와 전구로 꾸며놨더라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포레스터 집안의 크리스마스는 꽤나 적막했어. 이렇게 화려하게 꾸민걸 본적이 없어서 놀란 마음에 괜히 더 쭈뼛거리며 들어간 집안에는 필과 닮았지만 더 인자한 얼굴로 웃고계신 그들의 부모님을 뵐수 있었지. 

 

구매한 와인을 아버지께, 환하고 아름다운 장미는 필과 닮아서 어여쁘신 어머니께 드린 댄은 필의 플랫메이트라고 소개하려고했어. 

 

“필립의 플랫메이트인 제임.” 

 

"플랫메이트이자. 내가 여러번 자랑한 내 애인! 이쁘지! 잘생겼지?” 

 

평소에 자신에게 하듯 온갖 촐싹임을 더해서 자신을 애인이라 칭하는 필 때문에 당황하여 크게 뜬 눈이 흔들렸어. 

돌처럼 굳는다는게 이런걸까. 싶을 정도로 굳어있었지. 그런 댄을 보며, 부모님들이 한마디 하셨을 정도야. 

 

“그래. 네 말마따라 이쁘고 잘생겼구나. 우리한테 사랑스러운 애인 소개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렇게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 오다니. 제 아들이 저를 닮아, 보는 눈이 있나보네요.”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어머니와 다르게 뒤에 서있던 누나는 농담을 하셨지. 

 

“댄.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필이랑 사귄지 10년 다되었다면서요. 무슨 약점 잡힌건 아니죠? 왜 멀쩡하게 생겨서 필같은 애를 만나줘요?” 

 

그런 누나의 농담에 필은 붉어진 얼굴로 누나! 하면서 소리쳤을 뿐이야. 

자식이 게이이고, 그런 애인을 소개시켜준다는 것에 당황하는 것은 댄뿐인 것 같았어. 

왜 미리 언질 안해줬냐고 필의 옷자락을 잡아서 힁으하자 필은 윙크를 하며 작게 속삭였을 뿐이야. 

 

“댄. 부모님 앞에서 하고싶어? 그건 안돼지. 조금만 참아. 그리고 난 거짓말안했어. 혼자 착각한거야.” 

 

맞는 말이라 뭐라고 못하고 앞의 헛소리에 눈만 질끈 감자 댄의 손가락에 필이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 깍지를 끼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을 거야. 

 

당 해, 서로에게 좋았던 일, 축하해줄 일 등을 이야기하고, 내년에도 올해와 같길 바란다는 기도를 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은 댄에게 어색하게 느껴졌을 꺼야.  

자신의 크리스마스는 굉장히 조용했거든. 평소와 다른 음식이 올라오고,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필의 가족처럼 기도도했지만, 댄은 그 기도마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하지도 않았거든. 존재하지도 않는 신에게 위탁하는 기도를 하느니 안하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긴장감에 기도가 끝나고 서로 식사하는데, 저녁 식탁에 올라와있는 음식에 제대로 손도 못대고 있는 댄이였어. 

 

굳은 댄과는 대조적으로 필의 가족은 꽤나 다정다감했어. 댄이 연어 요리를 잘 먹자, 누나는 자신의 접시에 다른걸 덜면서 댄의 접시를 챙겨주었고, 아버지는 긴장 풀라며 와인을 더 따라주시는 등 기본적으로 매너들이 좋았지. 

낯선 분위기에서도 꼬박꼬박 댄을 이야기의 주체로 만드는 필의 가족들에게 감사함과 어색함을 느끼며 간신히 말을 잇고 있었어. 

조금은 부담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식사가 끝나자, 가볍게 한잔하자며 거실로 자리를 이동했어. 

거실의 한쪽면은 창으로 이루어져있었는데, 그 창 바로 앞에 2m는 되보일법한 트리가 있고, 그 밑에는 만화처럼 선물이 쌓여있었어.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아이들이 자라고나서부터는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이브에 선물을 준 당사자들이 있는데서 선물을 여는 버릇이 생겼다며 자리에 앉으라고했어. 

이름을 호명하면 각자의 선물을 가져가라는 말에, 준비한 것도, 받을 것도 없는 댄은 당황스러웠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 기분이랄까. 

그래서 멍하니 앉아서 즐거운 듯 선물을 뜯는 아이같은 얼굴의 필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들려와 퍼득 일어났지. 

애들한테 발표시키면 놀라는 기분이 이런걸까? 싶어서 멍하니 있다가 선물을 받은 댄은 쪽지에 써있는 자신의 이름을 쓴 글씨의 주인이 필이 아님에 한번, 연 선물안에 대니얼 이라고 각인된 만년필에 한번 놀랐다가 금새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시 시작했을 거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을 받아주시고, 선물도 주는 부모님이 너무 감사했거든 

성인이 된 후에는 크리스마스 파티장에 가지 않는 이상 선물은 받기 힘들었고, 거기서도 금액이 한정적이다보니 보통은 쓸모없는 선물 주기. 같은 경우가 많았거든. 

조용히 울던 댄을 안아주는 필의 어머니의 손길에 그 자그마한어깨에 얼굴을 묻고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 댄이야. 

 

“우리 아들이 건실하고 잘생긴 사위를 데리고 오는 줄알았는데, 이쁜 울보 며느리를 데리고 왔네” 

 

하며 놀리시면서도 댄의 등을 토닥이시는 손길은 자상했지. 

 

“저는 빈손으로 왔는데. 너무 감사드려요.” 

“현관에서 이미 와인이랑 장미 줘놓고 무슨 빈손이야. 빈손은 저놈이 빈손이지.” 

 

괜히 필을 타박하는 말에 댄은 그저 베시시 웃기만 했어. 

그 와중에 필에게는 최고의, 댄에게는 최악의 선물이 나왔어. 

새빨간 산타복장이 누가봐도 짧은 것인, 필이 부르짓던 산타 치마 복장이였지. 얇은 검정색 스타킹까지 함께해서 말이야. 필이 칭얼대길래 사볼까 고민하다가 본인이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에 질려서 자신을 타박하게 만든 그 옷이 눈 앞에 있었어. 

 

“어.. 감사하지만 제가 생각보다 체격이 좋아서요. 이거는 안맞을거 같아요.” 

 

하는 댄의 말과 함께 옆에서 필이 소리질렀어. 

 

“미친! 누나! 진짜 고마워. 와. 댄. 이거 지금 입어주면 안될까? 아. 아니다. 지금 입으면 내가 참을수 없을거같아. 우리 지금 집갈래? 응? 나 지금 술 다깨서 괜찮은데.” 

 

혼자 속사포로 집을 가자고 칭얼거리는 필이였을 거야. 

그 모습에 누나는 웃으면서 못을 밖았어. 

 

“제 취미예요. 옷만드는거. 필한테 사이즈 물어본거라 맞을껄요? 너는 따로 준비안했다.” 

 

얼굴이 잔뜩 붉어진 댄은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지만, 옆에서 방방거리는 필을 조용히 시켜야만했어. 

 

“내일... 내일 집가면 입어줄테니까 조용히좀 해요.” 

 

댄의 한마디에 바로 조용해지는 필을 보며 임자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들었을 거야. 

각자의 선물을 개봉하더니, 누나가 필의 흑역사를 알려주겠다고 앨범을 들고나왔어. 

필은 부모님 집와서 처음으로 질색팔색했고, 댄은 지금도 잘생긴 필의 어릴적 모습이 궁금해 호기심을 나타내며 필의 사진과 함께 일화를 들었지. 

 

누나는 적극적으로 필의 부끄러운 과거만 언급했고, 옆에서 필은 아니라고 손사래치다가, 입술을 물다가를 반복했어. 그러다가도 자신이 봐도 잘 나온 사진이 있으면 자랑했지. 

 

“그래도 나 잘생겼지?” 

고등학교땐가, 펑펑 울면서 사과 먹는 사진에서는 애인에게 차여서 우는 거라는 이야기에 댄의 미간이 잠시 좁혀졌지만, 뭐 어쩌겠어. 과거 없는 사람은 없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자, 자신보다야 작지만 큰 덩치를 말더니 댄의 옆에 몸을 밀어넣으면서 애교를 부렸을 거야. 

“그래도 이젠 자기밖에 없어.” 

 

마지막에 사진을 덮자 필을 잘부탁한다는 이야기에 다시 눈물을 흘리는 댄은 그날부로 별명이 얻었어. ‘울보며느리’ 

그 별명마저도 나름 사랑스럽다고 느낀 댄은 같이 보낼 가족이 생긴거 같아 행복하다고 하며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자, 필이 달겨들면서 자기 시간은 나한테만 써줘! 하면서 달겨들어서 또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지. 

 

그렇게 울다 웃다 손님방으로 들어온 필은 부모님 집이라 차마 댄을 건들지는 못하고 댄의 가슴팍에 안겨서 댄의 가슴을 만지작 대고있었어. 선물을 입어주지 않아서 서운하다는 칭얼거림이 따라오고있었지. 그런 필에 한숨을 쉬면서도 필의 얼굴을 살짝 들어 이마에 키스했을 거야. 

 

“오늘 고마웠어요.” 

 

그렇게 말하는 댄의 귀는 새빨게져있었어. 그냥 부끄럽기도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런가봐. 

그런 모습에 괜히 더 자극된 필이 얼굴을 내려서 댄의 가슴을 물었어. 

“자기 얼굴 보니까 내 주니어가 서서 안되겠어. 나는 여기서 해도 괜찮은데 자기는 하면 엄청 부끄러워할거잖아. 그러니까 나머진 내일 하자.” 

하고 정말 둘이 서로 안고 자기만했을 거야. 

 

다음날 점심까지 먹고가라는 부모님의 말에도 바쁘다고 한사코 거절하는 필과, 그런 필을 딱히 말리지 않는 댄은 차에 모터를 하나 더 달은 것처럼 급하게 집을 향해갔어.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댄이 필에게 사랑스러운 입에서 저급한 단어를 내뱉지 않으면, 입어주겠다고 했지. 조건을 받아들인 필은 운전을 하면서도 댄의 허벅지를 살살 어루만졌을 거야.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둘은 집에서 붙어 먹었어. 저급해보여서 다른 단어로 대체해볼까 생각해보았지만 붙어 먹었다.라는 말외에는 사용할 단어조차도 없었지. 

말을 못하게 했더니 행동이 더 거칠어진 필은 댄을 녹여먹을 듯이 애무하면서, 찐득하게 어루만지더니, 댄이 힘들다하는데도 자신은 아직 가지 못했다고 계속 몰아붙였었어. 그 후에는 산타복장을 입힌채로 집에 몰래들어온 산타를 벌준다는 명목하에 집에 있는줄도 몰랐던 수갑까지 차면서 한참을 서로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격한 밤을 보냈을 거야. 

 

“늦었지만, Merry Christmas.” 

W. 익명_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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